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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선배들이 묻는다. 가수가 뭔지

by 하야니2 2011. 3. 7.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하다하다 이제는 기성 가수들을 대상으로 한 서바이벌이냐'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가수들을 데려다 경쟁을 붙이고, 그들을 대상으로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으며, 참여하는 가수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이 많이 보였다. 나 역시도 그런 점에서 적잖이 불안하기도 했다. 이미 인정받은 가수들을 다시금 심판대에 세운다는 것. 확실히 들어서는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첫 방송을 본 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정말 환상적인 타이밍에 등장했다고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처럼 한국 가요계에 대해 염증을 느끼게 되는 때가 잘 없었기 때문이다. 음원 시장이나 가요 프로그램은 온통 아이돌들이 차지하고 있고,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 곳마다 아이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이러다 '가요계'라는 말을 '아이돌계'라는 말이 대신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였다. 물론 그들이 내놓는 노래의 퀄리티가 좋으면 뭐라 하지 않겠지만, 심지어 그들의 노래 퀄리티 또한 한숨 나오는 수준이 대부분이었으니, 이제는 점점 가요계에서 들을 만한 노래를 찾는 일이 힘들어지는 건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여기에 가수라는 개념이 '싱어(singer)'보다 '퍼포머(performer)'의 개념으로 이동 혹은 확대되면서 가창력이라는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확실히 줄어들게 된 것도 우리가 '노래'라고 말할 수 있는 노래를 듣기 더 어려워진 이유 중 하나이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너무나 멋진 노래들이 많고, 훌륭한 가수들이 많은데. 그들은 TV와 같이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는 매체에 잘 나오지도 않고, 나올 기회도 없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런 점에서 <나는 가수다>는 주말 저녁 버라이어티 시간대에 '인기가요' 같은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잘 볼 수 없고 콘서트 무대가 더 익숙한 귀한 가수들을 불러 모았다는 점에서 매우 귀중하다. 주말 저녁에 가수들이 농담 따먹기나 시끌벅적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심지어 이소라가 MC까지 보는 프로그램을 만나는 귀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의견에 많이 신경을 쓴 모양인지, 프로그램은 첫회 시작부터 섭외를 받은 쟁쟁한 가수들의 인터뷰와 기획의도에 대해 풀어내는 회의 현장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이 단순히 요즘 신드롬인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에 기성 가수들을 갖다 쓰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설명은 결과적으로 상당히 설득력 있었다.

 

 

 

 

<나는 가수다>는 점점 약해져가는 한국 가요계에 대한 일종의 각성이나 다름없다. 말이 라이브지 목소리를 다 깔아놓은 음악 위에서 이름뿐인 라이브 무대를 펼치고, 가수의 목소리보다 노출이나 눈에 띄는 비주얼에 더 홀리게 되는 요즘의 가요계에서, 진짜 노래라는 게 무엇인지, 진짜 가수가 뭘 하는 사람인지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기부여를 위해, <나는 가수다>는 매우 용감하게도 내로라 하는 가수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았고, 그 취지에 동감한 가수들은 흔쾌히 대결에 응했다.

 

 

<나는 가수다>는 어쩌면 한국 가요, 한국 가수의 존재 가치를 보여주기 위한 가장 버라이어티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가수들의 무대를 보여주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일반 음악회 프로그램과 큰 차이가 없을텐데 이미 동시간대에 KBS1에서 <열린 음악회>가 방영되고 있는데 굳이 그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또 만들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역시나 미션, 게임, 대결과 같은 요소가 있어야 할 것이고, 가수들을 데려다 몸싸움을 시킬 것이 아니라면 노래를 가지고 미션이나 대결을 하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이다. 그야말로 음악 프로그램과 버라이어티의 만남으로써 이 쟁쟁한 가수들의 노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하여 만나게 된 가수들의 무대는 우리가 여태까지 봤던 서바이벌 오디션과 같은 프로그램들과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과 깊이를 자랑한다. 가수들은 자신들의 대표곡 한 곡을 부르는 것 뿐인데,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것이 역력하고 가사 구절 구절마다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 어떤 때는 벅찬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아드레날린이 힘껏 솟구치기도 한다. 음악 프로그램의 형식에 '서바이벌'이라는 요소를 집어넣음으로써, 이것은 가수들에게나 관객들에게나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 된다. 이미 연륜이 쌓일 만큼 쌓인 가수들에게는 새삼스레 대중의 심판을 받게 되면서 '관객의 마음을 얻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다시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기계음과 후크송에 지친 관객들에게는 노래에 전율 돋고 눈물 흘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수천 수만번 불렀으니 도가 텄을 자신들의 대표곡에 온 힘을 쏟아 부르며, 가수들은 관객들, 그리고 요즘 우후죽순처럼 등장하는 후배 가수들에게 묻는다. '가수가 무엇인가'라고.

 

 

이소라 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이가 들면서 무대를 가리니까 노래를 부를 기회가 적어지더라'라고. 자신을 셀러브리티로 알릴 수 있는 곳에 서기보다 자신에 노래 부를 기회를 줄 수 있는 곳에 서고 그것을 찾아다니는 사람이 가수라는 존재가 아닐까 새삼 느꼈다. 평범한 대중이 들어도 '요즘은 참 가수 아무나 할 수 있나보다'라는 말이 점점 더 많이 나오게 되는 요즘 가요계에서 이 어마어마한 가수들이 함께 펼치는 무대는 그들이 몸소 보여주며 보내는 소름끼치는 교훈이다. 잘해도 그만 못해도 그만, 어차피 대중은 그래도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명의 마음이라도 더 얻고자 필사적인 의지를 품고 노래를 불러야 하는 사람이 가수고, 그럴 때 비로소 가수의 가치가 빛을 발한다는 것 말이다. 관객들을 깨우고, 어쩌면 한국 가요계도 깨울지 모르는 그런 교훈. '아, 대한민국에는 참 멋진 가수들과 노래들이 지금도 많이 있구나'라고 다시 생각하게 해 준 프로그램이었다.

 

 

+ 전반적으로 매우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이었지만, 다만 한가지 아쉽다면 가수들의 노래가 진행되는 중에는 사전 인터뷰나 개그맨들의 토크 같은 것은 나오지 말아야 한다. 시청자들의 들을 권리는 물론 가수들의 노래를 그다지 존중하지 못하는 편집이었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많은 비판이 쏟아질 것이다. 좋은 노래를 들려주기 위한 의도라면 그 시간을 온전히 보장해 줘야 하지 않을까. 개그맨들이 등장하는 부분은 앞으로 그들이 매니저로서 가수들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출처 : Man`s Labyrinth
글쓴이 : jimmani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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